어느 순간부터 가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거나 커피를 많이 마신 날이면 그럴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비슷한 느낌이 다시 나타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심장과 관련된 증상이다 보니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됐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심장판막 역류를 확인한 뒤부터는 심장의 구조뿐 아니라 맥박과 리듬 변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다만 판막 역류가 제가 느낀 두근거림의 원인이었다거나, 제가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두근거림은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카페인과 음주로도 나타날 수 있고, 기외수축이나 심방세동을 비롯한 부정맥과 관련될 수도 있습니다. 느껴지는 증상만으로 원인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조건 겁을 먹거나 반대로 피로 때문이라고 넘기기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지속됐는지 기록하고 필요하면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기간 동안 심장 리듬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1.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장박동은 생활습관과 자율신경부터 심장질환·갑상선질환·전해질 이상까지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심장은 우심방에 있는 동방결절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신호를 시작으로 일정한 리듬을 유지합니다. 전기 신호가 심장 내부의 전도 경로를 따라 전달되면서 심방과 심실이 순서대로 수축합니다.
부정맥은 이러한 심장박동의 속도나 리듬에 문제가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심장이 정상보다 빠르게 뛰거나 느리게 뛰고, 불규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모두 부정맥인 것은 아닙니다. 긴장하거나 운동했을 때, 열이 나거나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을 때 심박수가 정상적인 반응으로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교감신경 활동이 높아지면서 평소보다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박동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 카페인·알코올·일부 약물
카페인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있으며, 술을 많이 마신 뒤 일부 부정맥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감기약이나 천식약 등 일부 약도 심박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복용 중인 약을 진료 시 알려야 합니다.
• 심장의 구조적 문제
관상동맥질환, 심근질환, 판막질환, 심부전 또는 고혈압으로 인한 심장 구조 변화가 일부 부정맥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 갑상선·빈혈·전해질 이상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빈혈, 칼륨·마그네슘 등 전해질 이상도 심박수와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두근거림이 있다고 모두 위험한 부정맥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전에 없던 증상이 반복되거나 흉통·호흡곤란·심한 어지럼·실신이 동반된다면 피로나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않아야 합니다.
2. 빠른 맥박·느린 맥박·쿵하는 느낌은 어떻게 다를까?
부정맥은 빠른 맥박뿐 아니라 느린 맥박, 건너뛰는 느낌과 불규칙한 리듬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① 빈맥 — 안정 중에도 맥박이 빠르거나 갑자기 빨라질 때
빈맥은 성인의 안정 시 심박수가 일반적으로 분당 100회를 넘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슴이 빠르게 뛰는 느낌과 함께 숨참·어지럼·흉부 불편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운동·긴장·발열·탈수 등으로 심박수가 정상적으로 증가할 수도 있어 맥박수 하나만으로 부정맥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② 기외수축 — 한 번 튀거나 쿵하고 크게 뛰는 느낌
기외수축은 정상 박동보다 이른 시점에 추가 박동이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다음 박동까지의 간격이 길어지면서 ‘심장이 덜컥한다’, ‘한 번 멈춘 것 같다’, ‘쿵하고 크게 뛴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기외수축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빈도가 많아지거나 증상이 불편하고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실제 리듬과 빈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③ 서맥 — 맥박이 느리면서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때
성인의 안정 시 심박수가 일반적으로 분당 60회보다 느린 상태를 서맥이라고 부릅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는 증상 없는 느린 맥박이 정상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심장의 전기 신호 생성이나 전달에 문제가 있거나 일부 약물의 영향으로 맥박이 지나치게 느려지면 피로·어지럼·운동 시 숨참·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숫자보다 증상과 원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④ 심방세동 — 맥박이 불규칙하게 느껴질 때
50대 이후 주의해서 확인할 부정맥 가운데 하나가 심방세동입니다. 심방의 전기 활동이 매우 빠르고 불규칙해지면서 맥박도 불규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심방세동은 두근거림뿐 아니라 피로·숨참·어지럼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아무런 증상 없이 검사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심방세동이 확인되면 연령,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혈관질환과 과거 뇌졸중 등 개인의 위험요인을 평가해 뇌졸중 예방과 심박수·리듬 관리 방향을 결정합니다. 두근거림만으로 심방세동을 자가진단하거나 아스피린·항응고제를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몇 초 또는 몇 분 동안 지속됐는지 기록합니다.
② 발생 당시 상황
휴식 중이었는지, 운동 중이었는지, 식사·음주·커피 섭취 후였는지 적어둡니다.
③ 맥박의 속도와 규칙성
가능하면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손목 맥박이 빠른지, 느린지, 불규칙한지 확인합니다.
④ 동반 증상
흉통·숨참·식은땀·어지럼·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함께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⑤ 복용약과 그날의 상태
감기약 등 평소와 다른 약을 복용했는지, 수면 부족이나 과로가 있었는지 기록합니다.
증상이 나타난 시간을 함께 적어두면 홀터나 장기 심전도 기록과 당시 느낀 두근거림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흉통·심한 호흡곤란·실신이 동반되면 기록보다 신속한 의료 평가가 우선입니다.
3. 심전도·홀터검사로 부정맥을 어떻게 확인할까?
부정맥은 증상이 있을 때 심장 리듬이 기록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 빈도에 따라 기록 시간과 검사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근거림이 있으면 병원에서 심전도 한 번만 찍어도 원인을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정맥은 계속 나타나기도 하지만 몇 초나 몇 분 후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두근거림이 언제 시작됐고 얼마나 지속됐는지, 운동 중인지 휴식 중인지, 맥박이 규칙적이었는지, 흉통이나 어지럼이 함께 있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① 12유도 심전도
심전도는 가슴과 팔다리에 전극을 붙여 심장의 전기 활동을 기록하는 기본검사입니다. 심박수와 리듬,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 형태 등을 확인합니다.
검사 당시 부정맥이 나타나고 있다면 원인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부정맥은 짧은 검사에서 포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전도가 정상이어도 이전의 모든 두근거림이 부정맥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② 홀터 심전도
홀터검사는 휴대용 심전도 장치를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장 리듬을 연속해서 기록하는 검사입니다. 흔히 24~48시간 기록하지만 검사 기간은 증상 빈도와 의료기관의 검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시간을 함께 기록해두면 홀터에 기록된 리듬과 당시 느낀 두근거림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③ 패치형 모니터와 이벤트 기록기
두근거림이 매일 나타나지 않는다면 더 오랜 기간 심장 리듬을 기록하는 패치형 모니터나 이벤트 기록 장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나타나는 증상일수록 검사 시간을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검사 횟수를 무조건 늘리기보다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기간 동안 심장 리듬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④ 심장초음파와 혈액검사
심장초음파는 부정맥 자체를 기록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심장의 크기와 움직임, 판막과 수축기능 등 부정맥과 관련될 수 있는 구조적 심장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합니다.
필요하면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 기능, 빈혈, 전해질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사 종류는 두근거림의 양상과 기저질환, 복용약에 따라 달라집니다.
검사 당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간헐적인 부정맥이 기록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빈도가 늘었다면 발생 시각과 상황을 기록해 다시 진료받고, 증상 빈도에 맞는 기록 검사 필요성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여러 평가에서 위험한 부정맥이나 구조적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의료진의 설명에 따라 경과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부정맥 진단은 두근거림이라는 느낌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증상의 양상과 실제 심전도 기록, 필요한 경우 심장 구조와 다른 원인까지 함께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두근거림과 함께 지속되는 흉통이나 압박감, 심한 호흡곤란, 실신 또는 실신할 것 같은 심한 어지럼, 갑작스러운 마비나 언어 이상이 나타난다면 집에서 맥박만 확인하며 기다리지 말고 신속하게 응급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4. 두근거림이 신경 쓰일 때 점검할 생활습관
생활습관은 모든 부정맥을 치료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개인의 두근거림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을 찾고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심장에 좋다는 음식이나 운동을 먼저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먼저 확인할 것은 특별한 건강법보다 두근거림이 어떤 상황에서 반복되는지였습니다.
카페인이 모든 사람에게 부정맥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나 에너지음료를 마신 뒤 두근거림이 반복된다면 섭취량과 시간을 줄이고 증상이 달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 과음과 폭음 피하기
과도한 음주는 심방세동을 포함한 일부 부정맥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신 뒤 두근거림이 반복된다면 음주량을 줄이거나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수면 부족과 불규칙한 생활 줄이기
수면 부족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높이고 두근거림을 더 민감하게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확보합니다.
• 수면무호흡증 가능성 확인하기
심한 코골이, 수면 중 호흡 멈춤, 낮 시간 졸림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면호흡장애는 심방세동의 위험과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혈압·체중·혈당 관리하기
고혈압과 비만, 당뇨병은 심방세동과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부정맥 관리도 맥박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하는 과정입니다.
• 운동은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하기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운동 중 두근거림과 함께 흉통·심한 호흡곤란·어지럼·실신이 나타난다면 운동을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정 자세에서 두근거림이 더 크게 느껴진다면
일부 사람은 왼쪽으로 누웠을 때 심장박동을 평소보다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정 자세에서 불편하다면 편안한 자세로 바꿔볼 수 있지만 수면 자세 자체가 부정맥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세와 관계없이 증상이 반복되거나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자세를 바꾸는 데 그치지 말고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발살바법은 모든 두근거림에 사용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발살바법은 숨을 내쉬려는 상태에서 입과 코를 막고 힘을 주는 방식으로 미주신경에 영향을 주는 방법입니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과 같은 일부 빠른 부정맥에서 의료진이 안내할 수 있지만 모든 부정맥에 사용하는 자가치료법은 아닙니다.
처음 경험하는 심한 두근거림이거나 자신의 부정맥 종류를 모르는 상태라면 임의로 반복하기보다 적절한 방법을 의료진에게 안내받아야 합니다. 흉통·호흡곤란·심한 어지럼·실신이 동반된다면 자가 대처보다 응급 평가가 우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마무리
처음 심장이 쿵하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겁부터 났습니다. 심장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부담이 있다 보니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증상만으로 부정맥의 종류나 위험도를 판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간헐적인 증상은 기본 심전도에서 잡히지 않을 수 있고, 증상 빈도에 따라 홀터나 더 긴 기간의 심전도 기록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그 뒤부터는 심장이 한 번 쿵한다고 바로 결론 내리기보다 전날 수면은 어땠는지, 커피나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는지, 증상이 얼마나 지속됐는지를 먼저 살펴보게 됐습니다.
지금은 두근거림을 무조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도 않고 모든 박동 변화에 겁을 먹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반복되는 증상은 기록하고, 위험 신호가 있다면 바로 확인하며, 평소에는 조절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American Heart Association, What Is an Arrhythmia?
· American Heart Association, Symptoms and Monitoring of Arrhythmia
· ACC·AHA·ACCP·HRS, Atrial Fibrillation Guideline